시간이 가긴 가는구나. 입대를 하면 사진을 영영 찍지 못할 줄 알았었는데, 그건 또 아니구나.
사진을 찍기 위해 매번 6주(군 휴가 텀)라는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리며, 이번 벚꽃사진을 찍기 위해서 휴가를 앞당겨 나가보기도 하니,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사진을 찍는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을 사회에 있었을때보다 수십 배, 수억 배는 체감하는 중이다.
어떤 때는 테스트하지 못한 장비를 무작정 들고나가 촬영하다(부대 안 사지방에서 구매만 해놓고 테스트할 시간이 없으니까) 필름 몇 롤을 날린 적도 있었고, 사진은 찍었지만 공개하지 못한(모델과의 사정 기타 등등) 경우도 있었다. 이를 어쩌랴. 6주간 기다려온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물거품이 되었어도, 나는 다시 부대로 돌아가 6주를 다시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.
그럴 때면 분노에 차오르기도 했지만 1~2주가 지나면 어느새 화가 가라앉았다. 그 후에 차오르는 감정은 내게로 향하는 반성이었다.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, 찍었던 사진을 다시 바라보며 내가 애초에 이렇게 찍지 않았더라면,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까하는 자책감도. *인물사진이라는 게 나 혼자 미적(아름다움美의 기준은 모든 개인이 다르니까)으로 판단해선 안된다고 저번 휴가 때 내 심장에 그어놨다.
이런 자책감을 가진다는 게 또 4~5주차엔 웃기다. 반성이 끝났으면 다음 작업을 위한 계획만 하면 된다. 이번 휴가 때는 더 멋진 작업,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를 향한 작업 방식까지도 나아지리라고 믿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.
시간이 더 지나 그토록 기다리던 휴가를 나가면, 연락했던 모델과 만나 작업을 하고, 밤새 보정을 하며, 실수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끔찍한 댓가(그냥~~ 휴가 @일 날리기~ 물론, 군인 형편에 돈도~)만 치루면 된다.
아무튼 이런 글을 갑자기 왜 쓰느냐고? 그냥.. 서른도 됬고 입대한지 이제 1년도 됬고.. 오랜만에 술도 먹었고.. 그그제부터 찍었던 사진들 보정을 하고 있자니.. 그냥. 나 이번엔 잘 한건가 싶어서. 휴가 때마다 이런 불투명한 미래의 군인을 만나, 사진 작업 내 시간을 써줬던 모두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. 꼭 성공한 사람이 될게. 지금까지 작업을 위해 날 만나준 모두에게 너무 고마워ㅠ.ㅠ…
이상 서른 상병 정진오 넋두리 끝.